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난생처음 그린 ‘장래희망’ 그림은 화가가 된 제 자신이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는 게 당연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늘 미술이었고, 수업에서 그림이나 만들기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걸 정말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땐 ‘작가가 되어야지!’라는 꿈을 꾸지 못했던 것 같아요. ‘좋은 대학을 가야지’라는 현실적인 생각에 꿈을 꿀 겨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바랐던 대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취업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회사에서 하는 일이 재미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다섯 번의 퇴사 후에, 저는 결국 깨달았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야겠다고요.
야옹맨의 ‘이너 피스’입니다.
‘이너 피스’는 일러스트레이터 은지 님의 ’21일 드로잉 챌린지’에 참여하며 그린 그림 중 하나예요. 제 그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인데, 그건 저 뿐만이 아니더라고요. 일러스트 페어에 참가해 이 그림을 제품으로 판매했을 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 저도 자연스럽게 이 그림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때는 23년 7월. 유튜브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은지 님이 ’21데이 드로잉 클럽’ 1기를 모집하셨습니다. 3주 동안 매일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충동적으로 신청했던 것 같아요.
다양하고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매일 다른 키워드가 주어지는데, 하루는 ‘명상’이라는 단어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평소 명상을 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제멋대로 명상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SNS나 미디어를 보면 다들 ‘내면의 평화’를 위해 명상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너 피스’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야옹맨이 중앙에서 명상을 하면, 내면의 평화가 반짝! 빛나는 그림입니다. 득도한 부처님의 모습처럼 포즈를 취하지만, 약간의 재치를 더해 한 손은 로큰롤 손 모양을 했습니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의미로 머리에서 후광이 비치고, 그 뒤로 진리를 상징하는 무지개가 유려하게 흐릅니다. 또 재미를 위해 영어를 한글로 ‘이너 피스!’라고 사방에 강렬하게 그렸습니다.
그저 챌린지를 위한 그림 중 하나였지만, 지금까지 저의 마음에 가장 쏙 드는 그림입니다. 표현도 재미있고 깔끔해서 좋지만, 이너 피스를 찾는다는 그 메시지가 어쩌면 제 삶의 방향과 너무 잘 맞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정착한 프로세스도 소개하고 싶어서, 최근 그린 그림 ‘재지 말자’도 같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방법은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방식이에요. 일상을 지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상념을 노션에 키워드로 노션에 기록합니다.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을 때, 기록해 둔 키워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디벨롭을 합니다. 예를 들어, ‘너무 많은 걸 재고 살다 보면 피상적인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노션에 ‘재지 말자’라는 키워드를 기록합니다. 그 후 ‘재지 말자’라는 키워드로 카피 라이팅을 하고, ‘요행으로 성공을 꿈꾸는가? 재지 말자. 진정한 성취는 진심뿐이다.’와 같이 말이죠. 그다음에는 그림을 그립니다. 해당 키워드와 문장을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 손이 가는 대로 그려봅니다.
완성된 그림이 만족스러우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합니다.
세상을 제 관점으로 정의 내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세상의 가치를 제 단어로 재정립하면서 제 가치관을 만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생각과 상념은 좋은 영감이 되더라고요. 그 영감을 잊지 않기 위해 항상 기록을 해두고, 이 기록들은 자연스럽게 제 창작물, 그림이 됩니다.
SNS를 하다 보면 다양한 군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온갖 댓글을 보며 ‘왜 저 사람은 저런 식으로 삐뚤어진 생각을 하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저 사람은 삶이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좌우명은 ‘즐기자’에요. 삶은 나에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는지가 제 행복의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왕 사는 거, 즐겁게 살며 만끽해 보는 게 어떨까요?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즐기면 더 감사해야 할 이유와 더 행복해야 할 이유가 보이기 마련입니다.
야옹맨 작가에게 힘이 된 문구
마지막으로 퇴사한 후, 그림쟁이로 살아남겠다는 ‘결심’이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도전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일이 없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역시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삼는 것과 업으로 삼는 건 천지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저의 일상을 담은 릴스를 올리거나, 외주 작업 사이트에 제 그림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여기 있다!’라는 사실을 최대한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결국 제 그림으로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도전은 계속됩니다.
최근에 한 릴스가 조회수 12만 회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 릴스는 제 그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에 대한 영상이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그림이 아닌, 홧김에 올린 아이돌 관련 릴스가 인기를 끌어 혼란스러웠습니다. ‘소비시장이 넓은 분야에 집중해서 조회수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유혹이 들었죠. 조언이 듣고 싶어 이 고민을 릴스로 만들어 올릴 정도로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다음 날 ‘하루 10분 마케팅 습관’이라는 책을 읽다가 ‘수치에 매몰되지 말자’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본질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였습니다. 이 메시지는 제 상황에 꼭 맞았습니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잊지 않고, 꿋꿋이 제 길을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이너 피스’를 찾는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괜찮아, 잘될 거야! “
20살의 저는 재수를 하고 있겠네요. 그 시기는 암흑기 중에서도 암흑기입니다. 사람도 감정도 모두 단절하고, 오직 대입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네가 그 고립에서 언젠가는 해방될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마흔이 되면, 더 단단하고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야옹맨의 굳건한 가치관을 더 많고 다양한 매개체로 표현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 인생의 목적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에요. 그 시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우리 각자는 무수한 스펙트럼 속 하나의 점으로, 그만큼 서로 다르고 특별합니다. 너무 다른 두 점이 마찰하면, 좋든 나쁘든, 결과적으로 깨달음을 줍니다. 이런 깨달음을 통해 세상은 더 넓어지고, 저의 가치관은 더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계속해서 더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생각입니다.
사진 : 야옹맨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