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저희 어머니께서는 손재주가 참 많으세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뜨개질, 비즈공예, 종이공예 등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언니와 동생도 신기하게 모두 디자인과 관련된 학과를 나오거나 직업을 가질 정도로 손재주 많은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 같아요.
미술 시간이 제일 즐거웠던 저는 ‘반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 중 하나였고, 미술 관련 교내 대회가 있으면 모두 참가하여 상을 휩쓸곤 했어요. 최근에 재미 삼아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떼어 봤는데, ‘캐릭터 디자이너’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그때는 캐릭터가 크게 유행하지 않았을 때인데도 말이죠.
남자친구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인스타툰으로 끄적끄적 연재하다가, ‘우리 커플의 매력을 더 극대화해줄 귀여운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잠시 일을 쉬고 있는 시기였어서 ‘우리만의 캐릭터와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라는 결심을 했어요. 그렇게 저희의 별명인 ‘봉이와 경이’의 영어 철자를 따서 [비케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답니다.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햇살이 아직 비치는 지하철 속에서 피곤한 코미가 두두 어깨에 기대어 자는 모습이에요. 두두를 믿고 곤히 자고 있는 코미와 왠지 모르게 듬직해 보이는 두두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웃음)
‘행복’은 어떤 형태로 그려야 할까 고민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쉬운 게 행복이지요. 그래서 일상 속 모습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내가 놓치고 있던 행복들이 뭐가 있을까 하고 말이에요.
피곤할 때 지하철에서 기댈 수 있는 어깨, 비 오는 날 같이 쓰는 우산 속, 까만 밤 데리러 와준 그의 얼굴 등, 행복은 어디에나 있고 그걸 알아채야 행복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소소한 모습들을 두두와 코미를 빌려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업할 때 구도와 풍경, 표현하고 싶은 분위기를 키워드로 정리해 러프하게 스케치를 합니다. 작업 툴은 아이패드 ‘노마드 스컬프’라는 3D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서 사물들은 실물 사진을 보며 모델링합니다. 3D 작업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연스러운 빛 설정과 후보정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쏟으며, 일러스트의 분위기를 조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검토 과정에서 두두 역할을 맡고 있는 남자친구의 확인을 거쳐 SNS에 업로드됩니다. (웃음)
저는 저뿐만 아니라 타인들도 많이 관찰하는 편이에요. 마치 눈이 카메라가 된 듯 예뻐 보이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쳐다보며 그 속의 구도와 색감, 풍경, 분위기 등을 보며 멍하니 관찰해요.
사실 저희 커플의 모습이 다른 커플들과 크게 다르지 않죠. 특별한 경험에서 오는 영감이라기보다는 내가 놓치고 있던 행복이 뭐가 있을까 하고 주변을 바라보면 쉽게 예쁜 행복들을 찾을 수 있답니다.
간단한 노래 (Feat. GIST) – HANN & CHAN
Beekei작가님 힘이 되었던 문구
작가 활동을 하면서 첫 페어에 참여했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오롯이 제가 만든 작품만을 들고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들었던 날이기도 하네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같은 캐릭터들이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을 때 큰 혼란과 좌절을 겪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그때 알게 되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것보다 소중한 팬분들에게 감사하는 게 더 옳은 마음가짐이다”라는 것을 말이죠.
“넌 고집이 세니까 지금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으면 좋겠어. 많이 부딪혀보고 크게 좌절해도 좋아. 모든 경험은 쌓여서 널 더 크게 성장시킬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당장 보이는 것에 너무 큰 걱정 하지 않기를 바라. 뭐가 되든 행복했으면 좋겠어, 파이팅!”
[비케이]라는 브랜드가 계속해서 운영되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쉽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그때도 주변 사람들의 일상 속 소소한 행복들을 보며 영감을 받을 것 같아요. 10년 후에는 지금 보이는 행복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사랑에 영감을 받아요. 사랑은 위대하니까요!
저는 외로움이 많아서 사랑과 관심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거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반려동물, 사랑하는 가족 등,
먼저 떠나가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은 존재들에게서 가장 큰 영감을 받습니다.
사진 : Beekei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