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 저는 게임을 너무나 좋아했고 그림도 그나마 잘 그렸습니다. 그래서 미대에 진학하여 졸업 후 게임 콘셉트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게임 콘셉트 아티스트로 시작했지만, SNS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게임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미소년, 미소녀, 몬스터와 같은 캐릭터를 그리는 실사적인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습니다. 라인이라는 회사로 마지막으로 이직한 후, 초기에는 사실적인 그래픽 스타일의 게임 개발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약 1년 후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저는 다른 팀으로 배치받았습니다.
그곳에서 ‘브라운’, ‘샐리’ 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을 그리게 되었고, 10년 동안 지속된 하드코어 스타일에서 벗어나 귀여운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것입니다. 이 새로운 스타일은 의외로 재미있었고 그리면서 힐링이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좋았고, 그때 처음으로 지금의 작업들과 비슷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3D 툴인 블렌더를 공부하고, SNS에 개인 작업을 올리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그 스타일을 살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입니다.
이 작품은 레트로와 아이소메트릭 뷰를 컨셉으로 결정한 후 찾아낸 자료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목포에 위치한 ‘연희네 슈퍼’라는 슈퍼마켓을 모델로 하였습니다. 이 슈퍼마켓은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잘 맞아서 즐겁게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제 현재 스타일이 어느 정도 정착될 수 있도록 해준 첫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자료조사 과정
이 시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작업을 할지 자료를 검색하면서 계속 머리 속으로 상상 작업을 합니다.
모델링 작업
결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3D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화면의 구도 및 레이아웃을 조율하고, 제 스타일로 만들어갑니다. 제 스타일은 실사 스타일과 캐주얼 스타일의 중간점을 잘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적당한 *디폼을 활용해 만듭니다.
*디폼 : 모델의 형태를 단순화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변형하는 기법
컬러링, 라이트 작업
실제로 컬러링과 라이트 작업을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에서는 감성을 넣는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빛을 넣느냐에 따라 화면 안의 감성이 달라집니다.
마무리 작업
분위기가 적당히 잘 나왔다면 하루 이틀 정도 시간 텀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작업에 몰두해 있다가도 한 발짝 떨어져서 봤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나 수정할 좋은 부분들이 더 잘 보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을 완성합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경험은 없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자료를 탐색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이 작품 활동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아이소메트릭 아트로 시작하게 만든 계기를 준 작품입니다. angelofernandes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이 저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아이소메트릭 아트 : 3차원 공간을 2차원에서 120도 각도로 교차하는 세 축을 사용해 표현하는 그래픽 투시 기법
장승필 작가님에게 힘이 된 문구
작가로서의 길을 나아갈 때,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 돈은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와 걱정들이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아마도 모든 작가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걱정보다는 행동이 우선입니다.
쓸데없이 많은 걱정을 하기보다는 막상 행동에 옮겨보면, 그 문제가 별거 아니었다는 것을 종종 깨닫게 됩니다. 적당히 걱정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10년 전, 저는 넷마블에서 아트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아마도 수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3D 작업은 그때는 수작업을 위한 보조 작업으로서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때의 영감은 “세계의 트렌드”와 “뉴스”에서 얻을 것 같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다른 작가의 작품이 나에게 영감을 줄 때, 저는 크게 두 가지 감정이 느껴집니다.
영감이라는 건 이렇듯 경쟁과 경외심이 뒤 섞여 있어야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작업이 남들에게 이런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장승필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