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어린시절에는 하루마다 하고 싶고, 되고 싶었던 게 바뀔 정도로 여러가지 관심사가 많았습니다. 가령 요리가 재밌어 보이면 요리사, 판타지 영화를 보고 나면 우주에 가고 싶었고, 타임머신도 만들고 싶었으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도 되고 싶었습니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 저에게 작가라는 꿈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치듯 꿈을 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처음부터 작가를 희망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관심이 생겼던 것은 컴퓨터였고, 당시에는 기계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던 시절이라 작가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도중, 끄트머리에 끄적인 낙서에 대해 주변에서 굿즈로 만들면 좋겠다거나 이모티콘으로 내주면 좋겠다는 반응을 심심찮게 듣게 되자 저절로 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컴퓨터를 배우는 것도 놓칠 수 없었던 저는 두 분야를 같이 할 수 있으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손으로 그린 그림을 컴퓨터로 녹여내는 작업을 통해 비록 소프트웨어 쪽의 방향은 아니지만 캐릭터를 만들거나 다른 디자인 작업을 하는 재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록”이라는 테마의 책입니다. 이 책은 보편적인 책의 형태를 벗어난 자유로운 구성의 책입니다. 대표 작품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책” 하면 떠오르는 소설책, 잡지 등이 아닌 저만의 방식으로 책을 재해석한 점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직접 찍은 사진들과 이야기들로 채워 나간 작품이라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기록의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것들을 기록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생각을 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별일 아니라고 느껴졌던 사소한 날들이 모여 커다란 현재를 이뤄내는 하루의 기록을 책으로 담기로 했습니다.
이를 책으로 표현하기 위해 일기장을 스캔하여 내지로 활용했으며, 일기의 담아내는 속성을 이용하여 직접 찍은 사진들을 후보정하여 사용했습니다. 표지의 경우, 예전에 판화 작업을 위해 준비했던 사진에 구멍을 뚫어, 마치 스티커를 뜯어낸 듯한 표현을 통해 추억을 회상하는 느낌을 담고자 했습니다.
원래는 여행을 주제로 작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집에 있던 다 쓰고 남은 스티커 판을 보면서 ‘아 내가 저 스티커를 언제 썼었더라?’ 생각하면서 회상에 잠겼습니다. 한참 생각에 빠져있다가 어릴 때 적어두었던 일기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일기를 읽으면서 숨겨져 있던 날들을 기억하면서, 기록을 주제로 잡아 스티커 판의 형태를 표지로 잡고 내지를 일기장으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대체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할 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영감을 얻는 편인 것 같습니다. 평소 생각이 많아 정말 허무맹랑한 생각들을 자주 하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유레카’를 외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길을 걷는데 땅이 무너진다면? 무너지면 땅 밑은 검은색일까? 갈색일까?라는 생각들이 영감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가만히 벽을 보며 있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하고 판타지 영화를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Welcome to wonderland 中 Anson Seabra
SOM 디자이너에게 힘이 된 문구
그림을 그리는 것, 디자인을 하는 것 모두 해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들이었습니다. 매번 잘 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비교하며 움츠러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 비교라는 단어 보다 ‘서로가 하는 생각과 표현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계속 인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며 얻어가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말은 아니지만, 나쁜 것은 흘려보내되 좋은 것은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 재미나게 놀고 더 많이 경험하며 추억을 쌓으면 좋겠어.”
지금 하는 작업과 완전 색다르게 꽃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을 수도 있고, 코바늘로 인형을 만들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웃음) 그렇게 된다면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잔잔히 흘러가는 호수를 바라보며 영감을 얻을 것 같습니다.
깜깜한 밤에 잔잔한 클래식을 들으며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웃음)
“드뷔시의 달빛” 과 “차이코프스키의 사탕요정의 춤”을 제일 좋아해요 .
사진 : SOM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