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어릴 적엔 그냥 그림 그리는 게 좋았어요. 그림을 그리면 어떤 직업이 되는지도 모른 채, 그리고 싶은 걸 그리고, 갖고 싶은 걸 흉내 내서 만들곤 했죠.
중학교 때 미술에 재능이 있으니 예체능을 본격적으로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해 주신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래서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림을 당당하게 그릴 수 있는 과가 있다는 사실이 기뻤죠. 그렇게 서양화과에 진학해서 졸업했습니다.
또, 어떤 작가분께서 “그림을 그리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일러스트레이터다”라고 이야기해 주셔서, 그때 처음으로 이런 직업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런데 그때도 “그래, 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어!”라는 결심을 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기뻐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즐겁게 일을 시작했죠.(웃음)
생각해 보면,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따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이 작품의 제목은 [그리운 이는 숲에 산다]입니다. 제 생각과 마음을 그림으로 처음 표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전에는 무작정 그림만 그렸지만, 이 작품은 일기처럼 글을 적고, 그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 생각들을 글로 쓰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구상합니다. (때로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 후 글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 다음, 떠오른 이미지를 구상하고, 그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해 작업합니다.
‘그리운 이는 숲에 산다.’의 경우,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게 표현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오일 파스텔을 매체로 선택했고, 매우 빠르게 작업해 완성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느낌이나 생각을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계속해서 다른 매체로 작업을 시도합니다. 기법이나 규칙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야 마음에 드는 작업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운 이는 숲에 산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보았던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보며 떠오른 생각들을 급히 묘사하고, 서울로 돌아와 오일 파스텔로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었고, 원화 작품의 사이즈도 매우 작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상실과 감사, 그리고 평온함을 느끼며 그림을 그립니다. 소나무 같은 경우는 산책을 하다 문득 바라본 풍경에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매체를 선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같은 그림을 오일 파스텔, 수채화, 잉크로 여러 번 그렸습니다.
그린이 작가님에게 힘이 된 문구
저는 늘 용기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습관처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매일이 도전이고 새로운 것들은 언제나 오르기 힘든 산처럼 느껴집니다. 매번 주저하고 후회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 시작이 곧 길이 되어줄 거예요.
“시작하면 길이 된다.”
돌이켜 보면 두려움 때문에 시작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네요. 하나의 작은 일이 다음 단계를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도 하고, 닫힌 문처럼 보였던 헛되다고 느꼈던 경험들이 다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두려움과 주저함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던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조금만 더 나아갔더라면, 더 넓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곤 합니다. “시작이 길이 된다.” 이 말을 읊조려 보면, 주저하던 일들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가 생기곤 합니다.
“무엇이든 겁먹지 말고 해보고 깨닫고 생각하라. 많이 행복하되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음을 잊지 말아라.”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왔습니다. 언제나 기도합니다. 내년에도 충분히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를 말이죠. 10년 후에도 위로와 작은 토닥임을 전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남고 싶습니다.
영감은 언제나 주변에 있습니다. 그저 잘 바라보고, 조용히 느끼며, 그것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초록, 자연, 식물 그리고 사람들
사진 :그린이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