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 저는 특히 만화를 좋아했어요. 만화 주제가를 알람으로 설정해두고, 아침에 일어날 정도로 좋아했죠. 하지만 그때는 많은 걸 가질 수 없었기에,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직접 그려서 “셀프 굿즈”를 만들어 가지고 다녔어요. 아마 그때부터 스스로 갖고 싶은 것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다이어리 꾸미기(다꾸)가 막 시작되던 당시, 저는 대학생이었어요. 누워서 핸드폰을 보다가 스티커를 발견했는데, “와! 저거 너무 귀엽다.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일어나서 컴퓨터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 순간이 바로 일월 스튜디오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다꾸 : 다이어리 꾸미기
[보고 싶었어 제제야]라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는, 포라는 캐릭터를 그저 귀여운 존재로만 생각했어요. 그러나 사랑하는 강아지를 잃고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 포를 통해 저 자신을 투영하여 그림 속에서 제제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이 경험 이후로, 포라는 캐릭터 자체에 제 감정과 삶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작업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찍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창작 과정은 일반적인 진행 과정과 조금 다릅니다. 보통은 아이디어 스케치를 먼저 하고, 완성작을 만드는 순서로 진행하지만, 저는 반대로 완성작을 먼저 제작한 후에 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먼저 제가 원하는 장면을 완성하고, 그 장면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나중에 추가합니다.
[보고 싶었어 제제야]라는 작품은 ‘강아지별에 가는 포’ 시리즈의 네 가지 그림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1) 강아지별로 떠나는 포 2) 문이 열리고 3) 강아지별에 도착하며 4) 제제와 재회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기 한 달 전, 사랑하는 강아지가 강아지별로 떠나게 되었어요. 죄책감과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시기에, 일기를 쓰다가 문득 “나 대신 포라도 제제를 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현실에 있지만, 포는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요. 제제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제제를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최대한의 빛을 살려, 제 감정을 담아냈습니다.
저는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곤 합니다. 그러나 주로 제가 영감을 받는 것은 “정확한 물체나 사물보다는, 추상적인 형태”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빛의 색감, 잘못 찍힌 사진에 나타난 불빛, 좋아하는 만화의 노래 등 명확한 형태가 아닐 때 더 많은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가끔 영감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배낭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색감을 찾기도 합니다.
– 만화 미소의세상 OST 中 –
일월 작가님에게 힘이 된 문구
“매 순간이 도전”인 것 같아요.
특히, 첫 봉제 제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였을 때가 저에겐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텀블벅을 통해 포 캐릭터를 실제로 제작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으로 준비 내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펀딩 시작 후 “3시간 만에 100% 달성”이 되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힘들 때마다 옆에서 멘탈을 붙잡아준 친구들과 가족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그 말 뒤에 “물 들어오기 전부터 노를 젓고 있었다”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매번 바닥을 치곤했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앞으로 나아가는 저를 보며 용기를 얻습니다. “하다 보면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통해서요.
10년 전의 저는 지금쯤 회사를 다니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겠지만, 스스로 저만의 제품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이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믿고 “더 해보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감정적으로 힘들 때는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주변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꼭 도움을 구했으면” 좋겠어요.
“포 월드”를 만들 거예요. 포의 제품들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영감이 되어, 포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될 것 같아요.
저는 귀엽고 멍청하고 꼼꼼하지 않은 매력을 좋아합니다. 만화 캐릭터도 똑 부러지는 주인공보다, 그 옆에 있는 멍청하게 생긴 캐릭터들을 더 좋아했어요. 예를 들어, 디지몬의 팔몬을 가장 좋아해요.
그래서 작업할 때는 종종 만화 주제곡을 틀어놓고 합니다. 만화를 통해 다른 세상에 들어갔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때의 영감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지금의 저는 현실적인 문제와 감정적인 동요 등 다양한 부정적인 모습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림을 아무리 그리려고 해도 잘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만화는 저에게 “현실에 대한 방패” 같은 존재예요. 잠시 현실에서 떠나 저만의 세상에 있을 수 있도록 해주거든요.
사진 : 일월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