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에는 그림과 연기를 좋아했어요. 잠깐 연극도 했었죠.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미술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때는 만화를 가르쳐 주는 학원이 없어서 그냥 그림을 배웠어요.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우연한 기회로 연기를 배우게 되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접게 되었어요. 그러다 대학은 영상 디자인에서 애니메이션과로 입학했습니다. 2년제 학교를 졸업하고 4년제로 편입해 설치 미술, 즉 인터랙티브 미디어 학과에 들어가게 됐어요. 백남준 선생님이 하시던 시각 디자인과 비슷한 설치 미술이죠.
하지만 그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두고 일을 하다가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유학 중에 순수 미술학과에 들어가 드로잉을 하던 중, 같이 살던 친구가 사진을 전공했어요. 저는 드로잉 과제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친구는 사진 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을 보고 저도 사진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사진을 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림과 사진은 같은 맥락에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죠.
미국에서 1년 정도 인턴을 했었는데, 그 회사의 사부님이라고 부르던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그분은 그 지역에서 매우 유명한 작가로, 상업(commercial)과 순수 예술(fine art) 분야에서 활동하며 창업과 예술 분야에서도 유명했어요. 삶 자체가 아주 멋있게 사시는 분이었죠.
그분은 3개월 일하고 두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다니며 여유 있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런 삶을 살아야겠다”라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인턴십을 계속했죠.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보니 현실은 많이 달랐습니다.
대학교 시절, 학기마다 2~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중간고사가 없어서 주로 전시회 형식으로 평가를 받았어요. 여러 작품을 찍었지만, 그중 가장 평이 좋았던 portrait(초상화) 시리즈 중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모든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아웃라인과 계획을 세우는데, 이 작품은 특히 미국이라는 타지에서 한국인과 동양인을 키워드로 삼아 진행했던 점이 의미가 깊었고, 점수도 가장 좋았습니다.
이 작품은 서양에서 동양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하여 역설적으로 얘기해 보고 싶은 마음에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동양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와 고결함을 이야기하며, ‘쉽게 보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의 영감은 서양에서 동양인, 특히 동양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바라보는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을 경험하면서,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특히, 우리가 가진 미와 고결함을 이야기하며, ‘쉽게 보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죠.
졸업 작품으로 진행한 ‘옐로우맨’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느낀 동양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예를 들어 동양인이 어린아이처럼 보이고 말하는 것도 어리게 느껴진다는 고정관념이 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고정관념 속에서 제 정체성을 찾아가고, 이를 표현하고자 했던 경험이 이번 작업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저의 MBTI가 ‘N’이라서, 공상과 망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것이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방향성을 잡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과거의 공상이 접목되어 영감을 줍니다. 항상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영화 [올드보이]
힘이 된 문구
매번 부딪히는 도전은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입니다. 저는 메이저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들처럼 작품 활동만 하거나 상업 사진에서 메이저 제품들을 다루는 주류 작가들과는 달라요. 저는 아직 언더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겠지만, 생계와 직결된 문제들이 가장 큰 도전이에요. 그럴 때 많이 힘들죠. 포기가 더 좋은 표현일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잘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이것 뿐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어나가는 거죠.
열심히 살자. 다들 한 길만 파면 뭔가 보인다고 하니 그 길을 끝까지 가보고자 합니다.
“미국에서 계속 머물라고 조언할 것 같아요.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서는 사진작가라는 직업이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동호회가 많이 생기고, 카메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스튜디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마치 식당가와 같아서 하루에 수많은 스튜디오가 문을 열고 닫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무인 사진관도 많이 생겨나고 있죠.
이와 다르게 아직, 미국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영어를 잘하고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다면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동양인으로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것처럼 열심히만 한다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과 비슷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찍어요. 핸드폰이나 좋은 카메라로 지나가는 순간을 찍죠. 예전에는 잘못 찍은 사진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은 트렌드가 되는 걸 보면, 변화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패션과 비슷해요.
지금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구도가 엉망이든 뭐든 제가 찍고 싶은 대로 찍습니다. 그 작품에 뭔가 철학을 담지 않고, 사진 그 자체가 나의 인생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모던한 순간들이 나중에 클래식이 될 수 있듯이, 지금의 모든 순간들이 저에게는 영감입니다.
저는 돈을 좋아해요. 요즘 상업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돈과 연관이 깊어요. 페이먼트죠. 돈을 많이 주면 더 멋진 사진이 나오고, 돈이 적으면 그에 맞게 일하게 돼요. 이게 상업적인 프로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돈에 맞게 일하는 것도 중요해요. 결국, 돈도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죠.
사진 : Foto Schuss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