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나 수업 중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디지몬과 포켓몬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웃음) 그 당시에는 작가보다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나 만화가,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습니다.
처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은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면서였습니다. 그때 저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두가 선호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는, 제가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것, 제 상태를 남들에게 알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회사 대표님이 저에게 “너는 너무 개성이 강해서 너만의 스타일을 뽐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이 저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비아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고 ‘그래, 작가가 되자!’라고 결심했습니다.
이 작품은 저의 시그니처 그림이며, ‘이 스타일이 바로 내 스타일이다!’라고 확신할 수 있게 해준 그림입니다. 저는 주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초기에 깊은 외로움과 공허함 속에서 따뜻함을 찾는 감정을 주로 그리곤 했습니다. 사람과 정, 대화를 그리워하면서도, 실제로 누군가 내 곁에 다가오면 그들을 밀어내고 동굴 같은 내 공간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것은 이기적인 마음이었어요. 저는 표현을 잘 못하지만, 제가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고, 그저 조용히 곁에 계속 있어주길 원했습니다. 그런 마음들이 초반의 그림에 많이 표현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그들의 방식을 비슷하게 따라 그렸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하면 제 그림이라 할 수 없었기에, 수정과 재창작을 반복하며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존재’라는 작품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이미지를 참고해 공허함, 청량함, 그리고 공간감을 추출해 내며 영감을 받았습니다. 스케치 후 채색을 마친 다음, 저만의 스타일을 더하기 위 추상적인 선과 이미지를 활용하며 추가하고 삭제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때로 한 달 이상 지속됩니다. 마지막 단계로 작품을 3~4일간 관찰하며 그 결과에 만족하면 작업을 마무리를 짓습니다.
정말 갑자기 툭! 하고 감정에 솔직해지면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그때 감정이 그런 감정이었어요. 외롭고 공허할 때, 마치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감정이요. 요정이든, 귀신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형태가 없는 누구라도 제게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선으로 표현하다 보니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그 과정에서 “바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영감은 정말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영감을 받을 때마다 사진을 찍고,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해두곤 합니다. 영감을 주는 주제는 다양해요. 감정, 식물, 공간, 뮤직비디오, 음악, 만화, 영화, 그림 등등을 보고 있으면 ‘어? 이거 이렇게 표현하면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영감이 떠오릅니다.
두 손, 너에게 – 스웨덴세탁소 (feat.최백호)
양면테이프 작가님에게 힘이 된 문구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 저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도전은 이미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작업에서 원화로의 전환입니다. 이 변화는 제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쉽고 동시에 제일 어렵다. 급하게 해봤자 완성되지 않는다. 천천히, 오래도록 하되, 항상 최선을 다해라.”
(미래에서 온 나인걸 밝힌다는 가정하에)
“딱 5달만 부모님 가게에서 일하면서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둬. 절대 후회 안 한다. (웃음) 아니, 그냥 사. 믿고 사.”
(익살스러운 눈물) 그때는 결혼했겠죠? 가정도 있겠고, 만약 이혼을 했다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겼다면? 혹은 너무 행복하다면? 아니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너무 슬프다면?
영감은 충분히 감정에서 나오니까, 무한할 것 같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추상적인 이미지와 풍경화를 그리고 있을 겁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했기에, 그들로부터 받은 상처, 우정, 사랑 등 무수한 감정에서 영감을 주로 받습니다.
사진 : 양면테이프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