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저는 관심사가 매우 다양하고 자주 바뀌었습니다. 좋아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저는 미래에 ‘내 것’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어요.
‘달리 보이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제가 한 동네에 오래 살면서 쌓여온 주변 환경과 일상에 대한 권태로움이 단 하루 만에 달리 보였기 때문이에요. 울산에 오래 살면서 이 도시는 재미없고, 매일 같은 동네 풍경이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하루에 만난 황금색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날 이후로 매일 보던 동네 풍경과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달리 보이고 행복해졌어요. 그래서 ‘달리 보이는 하루’라는 이름을 붙이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일상도 달리 보이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조립. 02]는 서울이 가진 이야기를 찾다가 만난 한 장면에서 서울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서 바쁘게 살던 일상 속에서 여유를 느꼈다는 감사한 관람평을 남겨주셨기 때문입니다.
화면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정하고,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선택합니다. 사진을 선택한 후, 화면에서 어떤 형태로 구성할지 간단하게 스케치를 해봅니다. 그런 다음, 사진에서 필요한 부분만 잘라 붙여 전체 구성을 봅니다. 전체 구성이 마음에 들 때까지 여러 사진을 잘라 붙여보고, 위치를 조정합니다. 전체 그림이 마음에 들게 나오면 디테일한 편집과 수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합니다.
[조립. 02]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도시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작품에 들어간 사진은 서울의 랜드마크 앞에서 거대한 조형물을 수리하는 분들을 찍은 것입니다. 서울의 유명 랜드마크를 방문했을 때,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 위로 리프트를 타고 일을 하는 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도시는 사람이 모여 생겨나는 것이고, 그 도시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 역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겠지요. 우리가 도시를 만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따라서 사진에서 거대한 조형물과 건물을 제거하고 사람만 남겨두었습니다.
제 작품을 크게 관통하는 주제는 ‘도시’입니다. 도시는 제 영감의 근원입니다. 처음에는 도시가 가진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도시를 반복해서 들여다보니 건축물과 구조물들이 보였습니다. 전체 구조를 들여다보고 난 다음에는 각각의 건축물들이 보였고, 그 후에는 커져가는 도시에서 느끼는 소외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나’를 들여다봄으로써 도시 속 ‘개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은 다시 공동체로, 공동체는 하나의 마을로, 마을에서 도시로 다시 확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도시가 가진 다양한 세계에 집중합니다.
사울 레이터(Saul Leiter)_사진작가
다리다루 작가님에게 힘이 된 문구
작가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대부분 생계유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기 위해선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니까요. 상황을 아직 해결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멈추지 않는 것, 혹은 멈추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중꺾마’도 ‘중꺾그마’도 아니라 ‘중걍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걍(그냥)하는 마음이라는 뜻이에요! 중요한 것은 꺾이고 말고가 아니라 그냥 계속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꺾마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중꺾그마 :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모든 경험은 자산이야. 지금 하는 일이 부질없다고 생각하지 마.”
제가 가진 도시의 세계관은 계속 확장될 것이라 믿습니다. 더 다양한 도시와 도시의 이야기,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담아내고 있기를 바랍니다.
‘달리 보이는 하루, 다리다루’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합니다.
같은 버스를 타고 달려도 풍경은 매일 변합니다. 매일 지나는 집 앞 골목과 도로, 어제와 다른 옷을 입은 사람들, 조금 더 키가 큰 화분과 매일 조금씩 짙게 물드는 가로수의 나뭇잎, 유리창에 비친 반대편 풍경, 머리 위의 신호등 등. 다리다루는 일상이 되는 도시의 모든 곳에서 달리 보이는 하루를 발견합니다.
사진 : 다리다루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