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 저는 ‘패트와 매트’, ‘꼬마 펭귄 핑구’, 그리고 ‘용자물 시리즈’를 열심히 봐오며 자랐습니다. 비디오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같은 장면을 수십 번이나 반복해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동네에 친구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이들을 친구처럼 여기고 많이 시청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작가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네요. (웃음)
201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마이클라우 아트토이전”을 관람한 후, 아트토이와 캐릭터에 대한 제 관심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경험이 제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처럼 넓은 공간을 제 캐릭터들과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채우는 꿈을 꾸며,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작업해 오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 작품 중 ‘시험 전날’은 저에게 알고리즘의 신세계를 깨닫게 해준 그림입니다.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던 중, ‘독서실 하늘보리 빌런’이라는 짤을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 독서실에 혼자 남아 공부하는 모습을 구도로 잡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제 캐릭터와 그림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이 작품에 유독 더 애정이 가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만들기 전에 ‘이번에는 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상이나 여행, 그리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날들을 바탕으로 창작을 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그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작업 과정을 정리하자면,
러프 스케치 – 전체적인 구도를 아이소 메트릭으로 먼저 잡고 시작합니다. 제가 원하는 상황, 환경, 및 시간대를 고려하여 큰 건물들이나 도로들을 배치하며 전체적인 사이즈를 조절합니다. 글자를 넣을 경우에는 글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이미지의 느낌을 보기 위해 초기에 타이포를 함께 배치하여 구상합니다.
캐릭터 배치 및 사이즈 – 캐릭터가 들어갈 위치를 고민하며 멀리서도 이 캐릭터가 보이는지와 메시지를 담고자 할 때 이 캐릭터의 동작이 잘 보이는지를 고려해서 배치하고 동작의 뼈대를 그려 넣습니다.
색감 및 빛 그리고 그림자 – 처음 러프 스케치 때 설정해 놓은 시간대와 장소의 특성을 고려하여 메인 색상을 정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감정선에 따라 빛과 그림자의 방향을 정합니다.
타이포 – 요즘 작업을 하면서 타이포를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타이포의 색상과 사이즈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천차만별이므로 전체적인 색감과 시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배치하며 마무리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앞둔 어느 날, 수능 막바지까지 알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독서실 안에 저 혼자만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겹게만 생각했던 독서실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내심 아쉬우면서도 즐거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경험과 SNS를 둘러보다 본 짤을 녹여 사람들이 ‘아 맞아, 저 때 저랬었지’ 하며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고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익숙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순간들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진행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순간들 속에서 발견되는,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주로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나중에 이 사진들을 돌아보며, 잊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금 느끼거나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경험하며 작업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습관적으로 평상시에도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다니곤 합니다.
G.O.D – 촛불 하나
Critical Friends 작가님에게 힘이 된 문구
꿈과 현실 간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웃음)
아직 도전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아마 다른 작가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그림과 대중에게 잘 공개되는 그림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 마음에 들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든 일이든 기쁜 일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어떤 일이든 결국엔 모두 지나간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래서 너무 힘들어하지도, 너무 자만하지도 않겠다는 마인드를 얻게 되었습니다.
너무 불안해하지는 말되 자만하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10년 후에는 평면에서 입체로 옮겨와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기를 꿈꿔봅니다.
저는 따뜻한 말들로 이루어진 노래를 찾고, 듣고, 발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노래들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경험들을 그림으로 녹여냅니다.
마지막 질문이니 만큼,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이 들어왔고, 저에게 큰 영향을 준 노래 앨범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그리고 귀여운 그림으로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리겠습니다.
꿈 찾아, 사랑 찾아, 행복 찾아 그리는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 크리티컬 프렌즈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Critical Friends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