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어린 시절 가장 마음에 들었던 활동이나 관심사는 정말 많았는데요.
가장 컸던 것은 역시 운동과 그림이었어요. 육상부를 하면서도 미술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둘 다 놓치지 않으려고 모든 대회에 참가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작가라는 직업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고, 그냥 뭐든지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쟁이였습니다. (웃음)
사실 계기라고 할 것은 특별한 것이 없어요. 20대 초반에는 저의 창조적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그 들끓던 열정은 “파인아트”로 눈이 돌려지더라고요.
파인아트가 너무 하고 싶어서 다니던 건축학과에서 영상디자인 쪽으로 전과를 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쪽이라면 조금 더 시각적 예술성을 기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더 나아가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예술이라는 분야를 부모님께서는 탐탁지 않아 하셨습니다. 그래서 유학을 포기하게 되었죠.
그 후로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배운 카메라를 손에 잡게 되었고, 사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스튜디오 생활,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사진이 아닌 다른 창의적인 활동의 욕구가 생겨났고, 자연스럽게 다시 그림을 시작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수면]이라는 작품은 제가 가장 애정 하는 작품입니다. ‘윤슬’이라는 한글이 한참 유행할 때,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의 아름다움이 참, 저에겐 조금 우울하고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INFP, 아름다운 것을 보면 울고 싶어집니다.
아름다운 윤슬을 정처 없이 떠다니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상상해 봤지만, 사실 와닿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슬프니까요.
어느 날 유튜브 검색 중 우연히 전자음악이라는 장르를 접하게 되었는데, 아주 깊은 바다의 수면에서 들리는 신호같이 느껴지는 전자음악이었습니다. 제목은 “수면 – 선한 인간” 제목이 수면이라니, 운명 같았죠.
이 음악을 듣고 바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수면’이라는 작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려야겠다!”라고 결심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음악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 이런 이미지 저런 이미지를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본업이 사진이다 보니 사진 이미지를 많이 찾아보는 편입니다.
보통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했을 때, “저 사진을 찍었을 때 저 현장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공기의 질감, 냄새, 햇볕의 무게” 등을 상상해 봅니다.
그 후 우연히 음악을 듣다가 예전에 상상한 이미지들이 떠오르면, 그 사진을 다시 꺼내보면서 “내가 이 상황에서 다른 각도에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저에겐 영감은 “쌓인 데이터 이미지”와 “음악”입니다.
그날의 영감보다는 “쌓이는 데이터”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은 사진을 찾아보고 저장한 사진들을 들춰보며, 위의 질문 답변과 같이 상상해 봅니다.
“이때 현장은 어떠했을까? 사진에서 느껴지는 이 빛은 더운 공기 중의 햇볕인가? 따스한 느낌의 햇볕인가? 습도는 어떠했을까? 냄새는 어떠했을까?” 등등을 상상하면서 저장합니다.
양분이 되는 영감은 정말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많은 작가님들도 계시고요. 특히 영화에서도 정말 많이 가져오기도 해요.
영상 학도로서 제가 독립영화를 좀 많이 좋아하는 편인데요, 독립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여백이 느껴지는 공감각이 저를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간질거리는 창작의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요즘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 분야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추는 현대무용 영상입니다. (웃음)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_서양화가
사월십일일_유영 작가님에게 힘이 된 문구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정말 무서운데요. 특히 혼자 작업하는 일이 많다 보니 피드백의 결여와 제 작업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말 시야가 좁아질 때가 많습니다. 그에 빠져 저의 정신력도 정말 얕아지는 시기가 올 때가 있어요. 그때는 지구 내핵까지 들어갈 만큼 고된 작업에 몰두하게 됩니다.(웃음)
사실 “워커홀릭”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가 본업이 사진이기도 하고, 가끔 기회가 되면 영상 강의를 나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매너리즘에 빠진 일을 다른 일로 승화시켜요.
일러스트 일이 힘들 때는 사진으로 회로를 돌려 사진 작업을 하였다가, 다시 강의 일로 풀어내보고 이렇게 번갈아 가며 마음과 뇌를 환기하는 과정을 계속 거쳐 줘요. 그리고 제가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역시 “피드백”이더라고요. “작가님 그림, 사진 너무 예뻐요”라는 말 한마디에 전 다시 앞으로 100년을 더 살 수 있는 활력을 되찾습니다. (웃음)
자신감? 생각? 필요 없어, 그냥 “JUST DO IT !”
여전히 사진을 하면서 그림을 그릴 것 같은데, 웹툰이나 웹 소설 표지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사실 최근 그림들을 보면 제가 미남 남자 그림이 많은데요, 아이돌 음악을 듣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주변의 반응도 좋아서 웹툰, 웹 소설 쪽으로 제안이 들어와 관심을 가져보는 중입니다.
같이 작업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음악, 영화, 무용, 탱고, 반도네온, 빗소리, 물속, 꿈, 빛, 온도, 클래식, 초록, 녹음, 새벽, 영국 밴드, J-rock
사진 : 사월십일일_유영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