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뮤즈에 대한 이야기
저는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린이였어요. 만약 친구와 인형놀이를 하기로 했다면, 인형놀이 시작 전에 이미 지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아이였습니다. 인형에게 입힐 옷을 만들거나 집을 만드는 데에 시간을 다 소비하곤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겨울이 되면, 크리스마스카드를 꼭 직접 만들어 보내곤 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제 나름의 의식이었죠. 크레파스, 털실, 색종이, 펄 가루 등 가지고 있던 재료와 도구들을 총동원해서 매년 지난해와 다르게 새롭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패키지 디자인과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로, 대학 인턴 시절부터 마지막 퇴사하는 날까지 한 회사에서 긴 호흡으로 경력을 쌓으며 오랜 기간 동안 근무했습니다. 나름대로 회사에서 일 좀 하는 디자이너였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이루었고,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내가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가 허무하게 무너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정말 속상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저에게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꿈꿔보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일관성을 갖추고 확신으로 변화하면서, 저는 과감히 작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라이프스파이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2018년부터 시작되었고, 퇴사 후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차에 접어듭니다.
최근 저는 연필 드로잉 작업에 깊이 몰두하고 있습니다. 연필이라는 소재가 주는 편안함과 흑백 연필의 층층이 쌓여 나가는 깊이감이 저에게 큰 매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소재가 제 그림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Pieces of the moon’입니다. 이 작품은 매일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조각 케이크처럼 표현한 것으로, 꿈같은 그림의 이야기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담아내어 매우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저에게는 특별한 창작 루틴이 있어요. 보통은 아이디어 구상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마음에 드는 *모티프와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 장면을 구상합니다. 그 아이디어는 디지털 드로잉으로 신속하게 스케치하고, 간단한 움직임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 스스로 작품을 검증을 해보고, 마음에 든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유합니다. 그중에는 꼭 수작업으로 옮기고 싶은 그림들이 생깁니다. 그 그림들의 이야기와 구성을 보완하여 아크릴이나 연필 드로잉 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그림의 경우, 달 모양의 변화를 치즈케이크처럼 위트 있게 표현하고자 했으며, 달이 떨어뜨린 그 조각들을 찾아 나서는 장면으로 구현하고자 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과정은 다이내믹한 절차였으며, 이후의 작업은 천천히 밀도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반복적인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티프(motif): 예술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 이미지, 소리 등을 의미
달 표면을 직접 관찰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종종 작은 망원경을 사용해 달을 관찰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반짝이는 별 가루를 뿌려놓은 느낌이거든요.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는 아름다운 장면이에요. 저는 이 반짝이는 달에서 자주 영감을 받아, 그것을 제 그림의 중요한 모티프로 주로 사용합니다. 이 그림에서는 달 모양의 변화를 마치 달 모양의 치즈케이크 조각이 하나씩 사라지는 이야기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어딘가 특별하게 바꾸는 것은 꼭 대단한 무언가가 아닌 것 같습니다. 계절의 작은 변화들을 놓치지 않는 것, 갑자기 생각난 친구에게 걸어보는 전화 한 통, 지금 내 기분을 보듬어 줄 음악을 찾아내는 것, 때로는 길을 가다 우연히 산 맛있는 젤리 한 봉지일 수 있습니다. 제 그림도 이러한 작은 영감에서 출발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7월에 마주한 달” 사진과 같이, 가을에 주운 도토리도 저에게 영감이 되었습니다. 도토리를 모자 모양으로 펠트 작업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가을에 직접 만든 작품으로 겨울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기도 합니다. 3년을 연달아 만들었더니 이제는 직접 만든 장식으로 전부 트리를 꾸밀 수 있어요.
영화,You’ve Got Mail 中
라이프스파이스 작가님에게 힘이 된 문구
아직 짧은 작가 생활이지만, 운 좋게 개인전을 열어 보았고, 일러스트 페어에도 참여하여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저는 한 걸음씩 나아가며 여러 도전을 해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전은 ‘매일의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회사 생활을 통해 팀워크와 정해진 스케줄 안에서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것을 떠나 스스로 일을 창출하고 그릴 주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과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에게 도전입니다.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어떤 경우는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지만, 다른 경우에는 문제를 해결하려 할수록 상황이 더 어려워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항상 하나의 법칙을 따릅니다. “가능한 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살펴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조금씩 그 일을 살펴보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언젠가 ‘지금이 바로 그때다’라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인내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호흡이 좀 더 긴 작업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지금은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작품이 이어지고 있는데,
언젠가는 긴 호흡의 완성도 있는 이야기와 그림을 창작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제 취향에 맞는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 누구에게나 취향은 정말 중요한 것이죠. 생활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의 취향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그래서 작든 크든, 자신의 취향을 자주 살펴보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취향들이 모여서 영감이 되고, 그것이 다음 작품을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씨앗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팬이었던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을 좋아하고, 늘 같은 맛의 커피로 “아침을 열게 해주는 단골 카페의 커피”를 즐깁니다.
사진 : LIFE SPICE 작가님 제공
인터뷰어 : JOY